스무 살 민주노총, 얼마나 자랐나

  • 1995년 창립된 민주노총은 2015년 창립 스무 돌을 맞는다. 조합원 증가와 합법지위 획득 등 표면적인 성과도 있지만, 민주노조운동 위기론 역시 함께 자라왔다. 민주노총의 계급대표성의 후퇴와 지역운동의 후퇴, 조직화 과정은 생략된 면피성 총파업 선언과 투쟁 무력화, 사회적 합의주의로 상징되는 제도화 전략의 모순과 문제점, 배타적 지지의 파탄에 이은 보수정당 의존성 증대 등은 오래 전부터 지적돼온 고질적 문제점이다.
  • 슬프게도 민주노총은 후퇴를 거듭했고, 추락은 깊었다. 수석부위원장이 사용자로부터 금품을 받아 구속되기도 했고, 지도부의 일원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조직 보위’ 앞에 은폐됐다.
  • 전교조는 법외노조 위협을 받았고, 공무원노조는 창립 이후 법내 지위를 획득한 적이 없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통상임금이 깎여 나가고, 휴일수당이 삭감될 위기에 처하고,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이 사용자-정부의 모르쇠 속에 휴지조각이 돼도 투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 흩어지고 고립된 싸움을 하나로 모으고, 더 큰 투쟁으로 일으켜야 할 민주노총은 점차 조합원에게 ‘남의 조직’이 됐다. 희망버스의 운전대를 잡아야 할 민주노총은, 오히려 그 버스에 눈치 보며 무임승차하는 신세가 됐다.

‘명망가’가 아닌 ‘싸움을 할 줄 아는 지도부’가 필요하다

  • 후퇴 속에도 저항은 있었다.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 분쇄 투쟁, 전교조 사수 투쟁, 철도-의료 민영화 저지투쟁, 삼성전자서비스와 등 간접고용 철폐 투쟁,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 등, 현장은 늘 악다구니를 쓰며 일어섰다. 투쟁하는 노동자와 힘을 합해야 할 민주노총은, 되레 자본과 정부를 향한 노동자의 분노를 나눠지는 신세가 됐다.
  • 민주노총의 문제는 오히려 정파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지도부가 들어서도 ‘높은 곳’에서 조합원을 내려다보는 명망가들이 회전문처럼 돌아 등장하는 속에서, 혁신은 만들 수 없다. 상층과 기층의 분리, 투쟁하는 노동자를 품지 못하는 민주노총으로 굳어지는 것이 문제다. 투쟁하는 노동자와 공감하지 못하고, 이제는 투쟁하는 방법마저 잊어버린 민주노총이 오늘의 모습이다.
  • 77일 옥쇄파업을 이끌었던 한상균 위원장 후보, 국민노총에 맞서 민주노조를 지켜온 최종진 수석부위원장 후보, 단 한 명의 조합원도 포기하지 않고 전교조 사수를 이끌었던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 이들은 ‘싸우는 방법을 아는 집행부’다. 지난 20년간 민주노총을 후퇴로 이끌었던 ‘낯익은 얼굴’이 아닌, 현장에서 싸워온 이들이 집행부로 서는 것, 이것이야 말로 창립 20년을 맞는 민주노총 혁신과 재건의 시작이다.